
(한국소통투데이 통신사=이종현 기자) 지난 3월 25일, 경북 안동시 임하면을 집어삼킨 거대한 산불은 수많은 이들의 삶을 뿌리째 흔들었다. 특히 임하1리는 마을 전체가 잿더미로 변하며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입었다. 삶의 터전과 생계 기반을 한순간에 잃어버린 주민들은 화마가 휩쓸고 간 뒤 두 달이 다 되도록, 집 아닌 다른 공간에서 힘겹게 일상을 버텨왔다.
이번 산불로 임하면 지역에서는 54채의 주택이 형체도 없이 사라지는 등 총 58가구가 크고 작은 피해를 입었다. 오랜 시간 땀 흘려 일궈온 농업 기반마저 송두리째 무너졌다. 소, 돼지 등 가축을 키우던 축사, 농작물을 길렀던 비닐하우스와 채소 재배 시설, 그리고 농사를 돕던 농기계까지 대부분 소실되면서 주민들의 시름은 깊어만 갔다. 임하1리 유창규 이장은 "생계와 직결된 시설들이 모두 무너져 앞날이 막막할 따름"이라며, 아직까지 구체적인 복구 계획이 확정되지 않아 주민들이 느끼는 불안감이 크다고 덧붙였다.

보금자리를 잃은 주민들 중 일부는 친척이나 자녀 집으로 거처를 옮겨 몸을 의탁했지만, 여전히 35가구 72명에 달하는 많은 이재민들이 마을회관에서 불편한 공동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정부와 지자체의 지원으로 하루 세 끼 따뜻한 식사가 제공되고, 세탁기와 건조기, 개인 샤워 공간 등 최소한의 편의시설이 갖춰져 있기는 하지만, 수십 명이 좁은 공간에서 함께 생활하는 상황에서 사생활 보장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한 주민은 "매일 똑같은 사람들, 똑같은 공간에 부대끼며 사생활 없이 지내는 것이 가장 힘들다"며, "지원해 주시는 것은 감사하지만, 마음 편히 발 뻗고 쉴 수 있는 내 집이 간절히 그립다"고 솔직한 심정을 토로했다. 길어진 집단생활은 주민들의 몸과 마음을 지치게 만들고 있으며, 예측할 수 없는 미래에 대한 불안감까지 더해져 이중고를 겪고 있다.
그러나 절망 속에서도 작은 희망의 불빛이 보이기 시작했다. 5월 중순부터 산불 피해 지역에 임시주택 설치가 시작된 것이다. 유창규 이장은 "5월 15일부터 임시주택 23채가 들어섰고, 18일에는 12채가 추가로 공급될 예정"이라며, 임시주택으로 옮겨가면 주민들이 조금이나마 독립적인 공간에서 생활하며 심리적인 안정을 찾고 일상을 회복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산불은 임하1리라는 한 공동체 전체에 씻을 수 없는 깊은 상처를 남겼다. 하지만 주민들은 서로에게 의지하고 힘을 북돋아 주며 잿더미 위에서 다시 일어설 준비를 늦추지 않고 있다. 임시주택은 완전한 복구가 이루어지기까지 머물 임시 거처일 뿐이지만, 잃어버린 삶의 조각들을 다시 맞춰나갈 수 있는 중요한 출발점이 될 것이다. 유 이장은 모든 주민들이 하루빨리 자신들의 보금자리로 돌아가 예전처럼 평범하고 안정된 삶을 살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랬다. 거대한 재난 앞에서도 삶은 계속된다는 굳은 의지가 임하1리 마을에 조심스럽게 피어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