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안동시, 잿더미 위에서 피어난 연대

안동 임하면 산불 마을, 전국 자원봉사 물결에 '숨통'

(한국소통투데이 통신사=이종현 기자) 지난 3월 25일, 예고 없이 덮친 대형 산불은 경북 안동시 임하면 임하1리를 순식간에 집어삼켰다. 수십 채의 주택이 잿더미로 변하고, 주민들의 피땀 어린 농기계와 비닐하우스, 밭과 과수원까지 모두 소실되면서 마을은 처참한 폐허로 변했다. 삶의 터전을 잃은 주민들은 망연자실한 채 깊은 절망 속에 놓였습니다. 불이 꺼진 후에도 상처는 고스란히 남아 주민들을 더욱 힘들게 했다.

 

산불 발생 후 두 달 가까운 시간이 흐른 5월 10일, 임하1리에 다시금 활기가 돌기 시작했다. 한국자원봉사협의회의 주도로 전국 각지에서 모인 약 40명의 자원봉사자들이 마을 복구를 위해 기꺼이 나선 것이다. 세계시민자원봉사클럽, 사랑실은교통봉사대, 한국실버천사봉사단 등 10여 개 단체 소속 봉사자들은 재난의 아픔을 함께 나누고자 이른 새벽부터 안동으로 향했다.

 

현장에 도착한 봉사자들은 망설임 없이 복구 작업에 투입되었다. 첫날 그들이 마주한 곳은 산불로 모든 것을 잃은 토마토밭이었다. 수확은커녕 형체조차 알아보기 힘든 작물 잔해와 불에 탄 온풍기, 선별기 등 농기계 파편을 걷어내는 고된 작업이 이어졌다. 하지만 봉사자들은 누구 하나 불평 없이, 마치 자신의 밭을 가꾸듯 묵묵히 땀방울을 흘렸다. 약 1천 평에 달하는 넓은 밭이 단 두 시간 만에 깨끗하게 정리되는 모습은 현장에 있던 이들에게 놀라움과 감동을 안겨주었다.

 

작업을 지켜보던 토마토밭 주인은 복받치는 감정에 말을 잇지 못했다. 산불 다음 날 폐허가 된 밭에서 누이는 울고 자신은 아무 말도 못 한 채 앉아만 있었다며 당시의 참담함을 전한 그는, 봉사자들의 헌신적인 모습에서 다시금 살아갈 힘과 희망을 보았다고 말했다.

 

둘째 날에는 사과 묘목밭과 비닐하우스 주변 정리 작업이 이어졌다. 봉사자들은 서로에게 힘을 북돋아 주며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했고, 현장에는 따뜻하고 훈훈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한국자원봉사협의회 관계자는 봉사와 나눔이 사회의 중요한 버팀목임을 강조하며, 이번 활동이 여러 단체의 협력으로 이루어졌음을 밝혔다. 마을 이장님 또한 봉사자들의 방문 자체가 주민들에게 큰 위로와 용기가 되었다며 거듭 감사를 표했다.

산불은 마을을 할퀴고 지나갔지만, 전국에서 달려온 자원봉사자들의 따뜻한 마음과 구슬땀은 잿더미 위에 새로운 희망의 씨앗을 뿌렸다. 재난의 아픔 속에서 피어난 인간적인 연대는 임하1리 마을이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중요한 동기가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