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평택 군문 배수펌프장, 허술한 현장관리와 문제점을 짚어본다.

[한국소통투데이 통신사=신유철 기자] 며칠 전 공사장 화재로 물의를 빚었던 평택시 군문 배수펌프장의 근본적인 문제는 시공사의 부실한 안전관리 탓도 있지만, 더 큰 문제는 공사 관계자들 사이에 손발이 맞지 않는 운영 방법이 화를 불러온 것으로 알려졌다.

 

공기가 늦어지면서 안전사고에 이어 환경오염은 물론 재해위험까지 총체적인 문제들이 한꺼번에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러한 문제는 시공사와 감리관계자들의 잘못도 있지만 당 초 공사 방법을 분리발주 형식을 택한 평택시의 공사발주 방법도 문제점이 있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있다.

 

분리발주 공사의 경우 현장마다 시공사나 감리단의 세밀한지도 감독이 어려워 부실 공사의 주된 원인으로 작용한다는 여론이 지배적이다.

 

평택시와 현장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곳 공사는 시공회사인 트래콘 측이 턴키 방식으로 전체공사를 맡아 해야 하는데도 트래콘 측은 토목과 건축공사만 관여하고, 창호를 비롯 전기, 통신 등 일부 공사가 분리 발주해 공사를 하고 있다.

 

시공사인 트래콘은 년간 도급액이 1000억 원 전국공사업체 순위가 500위인 2군업체 정도의 상당한 규모가 있는 건설사로 알려져 있지만, 전체 공사에 대한 지도 감독은 용역회사인 동부엔지니어링 소속 감리단에서 하고 있어 트래콘 측이 세세한 부문까지 공사 관리를 할 수 없는 실정이다.

 

며칠 전 화재가 발생한 건물 현장의 경우 전기는 경동, 용접은 부천에 있는 소규모 업체인 가야산업이 공사를 시작했다. 이날 사고는 지붕 징크 닥트공사를 위한 용접 중 불꽃이 튀어 일어난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전체공사에 대한 지도 감독은 감리단 측에 있어 시공사인 트래콘 측은 사고에 대한 책임 문제를 회피하는 분위기다.

 

화재로 사고가 발생하자 트래콘 측은 ‘전체공사의 시공사로 돼 있는 자신들도 사고피해자’라며 항변하고 있다. 이 같은 이유는 분야별로 공사가 분리발주로 추진하다 보니 외부에서 보기는 트래콘이 전체공사를 주도하는 시공업체로 알려져 있으나 사실 분리발주 현장인 전기나 용접 부문의 일은 일일이 간섭할 수 없다 라 는 것이다.

 

또 다른 문제점은 트래콘 측에서 일하는 현장소장은 신분상 월급제 소장이라 지도 감독의 책임소재에 한계가 있다. 그래서 현장 일에 대한 실질적인 지도 감독은 전적으로 감리 측에서 도맡아 하고 있다.

 

다시 말해 모든 공사에 대한 권한은 감리단 소관으로 시공사는 분리발주 현장에 대해서는 직접 간섭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다 보니 이곳 현장의 분위기는 관리팀과 기술팀의 책임소재가 애매한 경우도 빈번해 제대로 관리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업친데 덮진 격으로 이번 화재로 인해 공기가 더욱 늦어지고 있어 공사 여건을 악화시키고 있다.

 

이 때문에 공사 차량 통행을 위해 둑 방을 절개해 만든 임시도로의 신속한 보수가 어려워 다가올 우기철 을 앞두고 제방 붕괴 등 또 다른 재해위험이 우려되고 있다.

 

하절기 농경지 침수를 막기 위해 설치하는 배수펌프장 공사가 오히려 인근 농경지 침수를 불러오지 않을까 걱정이 앞선다. 시공사나 감리단 측은 우천 관계로 공사가 늦어지고 있다고 하나 설득력이 약하다.

 

이곳 현장의 더 큰 문제는 당 초 공사준공일이 2024년 1월 11일에서 공기연장으로 5월 26일로 돼 있으나 공기가 늦어지면서 시공사 측이 적지 않은 지체보상금을 내면서 공사를 강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시공사 측은 적자 발생으로 손해가 막심하다며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이곳 현장은 발주처인 평택시, 시공사, 감리단 모두가 손발이 맞지 않는 불협화음의 현장이다.

 

지금이라도 조그만 화재를 경고의 메시지로 알고 평택시가 앞장서 빈틈없는 현장관리를 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