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무감각한 위기 대응… 오산시, 재난 대비 안전 관리 시급

오산시, 사전 경고 무시한 채 붕괴 사고…“예견된 인재” 논란
안전불감증 드러난 오산시, 재난 대비 ‘구멍’
주민 경고에도 묵살…오산 옹벽 붕괴 참사, 시의 책임은?

최근 집중호우로 인한 옹벽 붕괴로 인명피해가 발생한 오산시에서, 미흡한 재난 대응 체계에 대한 지역 주민들의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과거 체육공원 국궁장 주변 안전관리 문제로 지적받은 바 있는 오산시는 이번에도 사전 경고를 무시한 채 대응에 실패해 '인재(人災)' 논란에 휩싸였다.

 

지난 16일 오후 7시 4분경, 오산시 가장동 가장교차로 수원 방향 고가도로의 약 10미터 높이 옹벽이 붕괴되며 아래를 지나던 승용차를 덮쳤고, 40대 운전자가 목숨을 잃는 참사가 발생했다.

 

사고 발생 직후 지역 커뮤니티에는 “사고 징후가 예전부터 보였다”는 글이 잇따라 올라왔다. 특히, 사고 전날인 15일 오전 7시 19분, 한 주민이 오산시 도로과에 옹벽 지반 침하를 우려하는 신고를 접수했지만, 시는 이를 단순한 포트홀 문제로 오인해 일부 도로만 통제하고, 사고 지점은 그대로 방치했다.

 

결국 다음 날 집중호우로 지반이 약해진 옹벽이 무너지며 차량이 덮여 운전자가 숨졌다. 사고 이후, 주민들은 온라인에 과거 도로에 깊은 균열이 있었던 사진들을 공유하며, 예견된 인재였다는 주장을 강화하고 있다.

 

경기남부경찰청은 전담 수사팀을 꾸려 원인 조사에 착수했으며, 국토교통부도 중앙시설물조사위원회를 구성해 정밀 조사를 진행 중이다.

 

시 관계자는 “신고 위치를 포트홀 발생 구간으로 착각했다”고 해명했지만, 시민들과 시민단체들은 “사전 경고를 무시한 전형적인 행정 부실”이라며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한편, 오산시의 안전관리 부실 문제는 이번 사고에 국한되지 않는다. 오산 지역 체육공원 내 국궁장 주변의 불법 진입로 문제는 수년째 지속돼 왔으며, 시민들은 횡단보도 인근 보행자 안전 위협에 대해 수차례 개선을 요구했다.

 

그러나 담당 부서인 오산시 체육문화진흥과는 “공원 내 체육시설은 다수가 이용하는 곳이므로 개방돼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며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주민들은 “이대로라면 언제든 제2, 제3의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며 우려하고 있으며, 최근 국지성 폭우가 빈번한 만큼 오산시는 보다 철저한 재난 예방과 사전 안전점검에 나서야 할 필요가 있다.

 

지금의 사태는 단순한 자연재해가 아니라, 사전에 막을 수 있었던 사고였다. 시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한 행정의 역할이 무엇인지, 오산시는 깊이 되새겨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