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발표한 ‘에너지고속도로’ 구축 계획은 재생에너지 발전지와 AI, 반도체, 바이오 등 초고전력 산업 수요지를 직접 연결하는 고압송전망을 마련해 산업 전환과 전력 공급 안정성을 동시에 달성하겠다는 구상이다.
기존 수도권 중심의 송전 구조를 넘어 호남과 영남의 재생에너지 거점, 주요 산업단지, 데이터센터를 직선으로 잇는 형태로 설계되며, 2030년대에는 서해안 라인을, 2040년대에는 한반도 전역을 U자형 네트워크로 연결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이를 통해 송전 손실을 최소화하고 공급 효율을 높이며, 산업 전환 속도를 높이겠다는 목표다.
송전망은 2025년 3만7,169c-km에서 2030년 4만8,592c-km로 약 30% 확대되고, 재생에너지 보급량도 같은 기간 35.1GW에서 78GW 이상으로 두 배 이상 늘린다. 이러한 사업을 뒷받침하기 위해 정부는 100조원 이상 규모의 국민성장펀드를 조성해 공공재원과 민간투자를 매칭하고, 프로젝트 파이낸싱 방식을 통해 송전망 확충, AI 데이터센터 전력 인프라, 해상풍력 단지와 전용 항만, 영농형·수상·산업단지 태양광, ‘햇빛·바람 연금’과 연계한 RE100 산업단지 조성 등에 투입할 계획이다.
정부는 이번 계획을 2050년 탄소중립 달성과 산업 경쟁력 강화를 동시에 실현할 핵심 전략으로 보고 있다. 특히 전력 수요가 급격히 늘어나는 AI·데이터센터 산업 기반을 마련하고, 계통 안정화 장치와 에너지저장장치(ESS) 확충으로 재생에너지 변동성에 대응할 방침이다. 아울러 RE100 산업단지 조성과 분산형 전원 도입은 지역경제 활성화와 균형 발전, 탄소 감축까지 아우르는 다목적 효과를 노린다.
그러나 환경단체와 전문가들은 투자 규모와 실행 계획의 실효성을 두고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연간 1조원 수준의 투자는 턱없이 부족하다며 최소 20조원 이상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재생에너지 목표 비중도 30% 이상으로 상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또 기후에너지부 신설과 같은 거버넌스 강화, 투명한 집행 구조 마련 등 제도적 기반이 미흡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결국 ‘에너지고속도로’ 구상은 산업 인프라 혁신과 기후 대응을 함께 이루려는 야심찬 청사진이지만, 예산 규모의 적정성과 재생에너지 확대의 실질성, 기후 거버넌스 체계 확립이라는 과제를 해결해야만 성공적인 실행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소통투데이 양호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