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 없는’ 반도체 강국은 신기루… 용인 클러스터의 경고, ‘에너지 지산지소’가 답이다

분산에너지법 기반 ‘지산지소’ 전환 서둘러야… 지역이 살고 국가가 사는 유일한 길
동해안 발전 전력, 수도권 송전 불가능한 ‘계통의 늪’… 중앙집중형 모델 한계

대한민국 경제의 심장이라 불리는 반도체 산업이 ‘전기 부족’이라는 거대한 암벽에 부딪혔다. 정부와 SK/삼성이 야심 차게 추진 중인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 필요한 전력은 무려 10GW 이상. 이는 원전 10기에 육박하는 막대한 양이다. 그러나 현실은 냉혹하다. 전기를 생산할 발전소는 지방에 있고, 이를 실어 나를 송전망은 곳곳에서 막혀 있다.

 

이제 전기를 멀리서 끌어 쓰는 시대는 끝났다. 생산한 곳에서 소비하는 ‘에너지 지산지소(地産地消)’와 지능형 전력망인 ‘스마트 그리드’로의 대전환만이 유일한 생존 전략이다.

 

■ 용인의 비명, 삼척의 눈물… 중앙집중형 전력망의 파산 선고

현재 동해안 전력 계통은 그야말로 ‘동맥경화’ 상태다. 삼척 블루파워 등 기저 발전소들이 전기를 생산해도 수도권으로 보낼 송전로(동해안-신가평 선로) 건설이 지연되면서 가동률은 바닥을 치고 있다.

 

용인에서는 전기가 없어 공장을 못 돌릴 판인데, 삼척에서는 전기가 남아돌아도 줄 수 없는 기막힌 ‘미스매치’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지난 수십 년간 이어온 ‘중앙집중형 전력 공급 체계’의 파산을 의미한다. 거대 발전소를 지방에 짓고 초고압 송전탑으로 수도권에 꽂아주는 방식은 이제 사회적 갈등과 계통 한계로 인해 지속 불가능하다.

 

■ 해법 1: ‘에너지 지산지소’, 전기가 있는 곳으로 공장이 와야 한다

가장 현실적이고 논리적인 해법은 전기를 많이 쓰는 산업을 전력이 풍부한 지역으로 분산시키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에너지 지산지소’의 핵심이다.

 

2024년 6월 시행된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은 그 법적 토대다. 전력 자립도가 높은 삼척과 동해 같은 지역을 ‘분산에너지 특구’로 지정하고, 이곳에 입주하는 기업에 저렴한 전기요금(지역별 차등 요금제) 인센티브를 제공해야 한다. 용인에 무리하게 공장을 짓기보다, 전력 공급이 원활한 지역으로 산업의 축을 옮기는 ‘역발상’이 필요한 시점이다.

 

■ 해법 2: ‘스마트 그리드’, 낭비 없는 지능형 에너지 사회로

단순히 생산과 소비의 위치를 맞추는 것을 넘어, 전력망 자체를 지능화하는 ‘스마트 그리드(Smart Grid)’ 도입이 시급하다. 실시간으로 전력 수요와 공급을 파악해 최적의 효율로 배분하는 이 시스템은 신재생에너지의 변동성 문제를 해결할 열쇠다.

 

삼척의 신재생에너지/화력발전소의 남을 때는 수소로 저장하고, 부족할 때는 스마트 그리드를 통해 효율적으로 분배하는 ‘에너지 OS(운영체제)’를 구축해야 한다. ‘미래도시 OS’ 구상 역시 이러한 지능형 전력망이 뒷받침될 때 비로소 완성될 수 있다.

 

■ 수도권의 ‘에너지 식민지’를 거부한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의 전력난은 삼척과 동해에는 오히려 거대한 ‘기회의 창’이다. 언제까지 수도권의 불빛을 위해 지역 주민의 희생과 송전탑 갈등을 감내할 것인가.

 

정부는 용인에 전기를 보낼 방법을 고민할 것이 아니라, 반도체 기업들이 전력이 풍부한 강원권으로 내려올 수 있는 파격적인 혜택을 고민해야 한다. 전력 공급이 불가능한 용인 클러스터의 현실은 ‘지방 시대’가 구호가 아닌 생존의 문제임을 증명하고 있다.

 

2026년, 대한민국 에너지 정책의 시계추는 이제 ‘중앙’이 아닌 ‘지역’으로, ‘공급’이 아닌 ‘효율’로 움직여야 한다.

 

한국소통투데이 양호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