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동해시청 전경 “공천만 주면 시장 되는 줄 아는 정당도 공범”... 시민 분노 최고조
- 당적 세탁과 비리의 반복 속에 무너진 지역 자부심, “이제는 사람 보고 뽑겠다”
“동해 시민이 만만합니까? 빨간 깃발(보수 정당)만 꽂으면 무조건 당선시켜 주니까 시장들이 시민 무서운 줄을 몰라요. 결국 그 깃발이 죄다 수의(壽衣)가 되어 돌아오지 않았습니까.”
천곡동 로터리에서 만난 한 시민의 외침은 절규에 가까웠다. 민선 1기부터 현재의 8기까지, 30여 년간 동해시정을 이끌어온 역대 시장 전원이 뇌물 수수와 선거법 위반 등 비리 혐의로 사법처리를 받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지역 민심이 걷잡을 수 없이 들끓고 있다. 특히 시장들의 소속 정당과 당적 변경 이력을 되짚어본 시민들은 “정당의 검증 실패가 동해의 30년을 망쳤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 “당만 보고 찍었더니...” 보수 정당과 무소속의 ‘배신’
동해시는 전통적으로 보수 정당의 공천이 곧 당선이라는 공식이 통하던 곳이었다. 하지만 그 공식의 결과는 참담했다.
북평시장에서 만난 상인 박모(64) 씨는 “당의 이름만 바뀌었지 그 당 간판 달고 나온 사람들 결과가 다 어땠느냐”며 역대 시장들의 당적을 조목조목 짚었다. “김학기 시장도 재선까지 했지만 결국 뇌물로 감옥에 갔다. 지금 심규언 시장도 무소속을 거쳐 다시 정당공천으로 오지 않았나. 정당이 대체 누굴 검증해서 공천을 주는 건지 묻고 싶다”고 꼬집었다.
시민들은 정당의 ‘묻지마 공천’과 후보자들의 ‘정당 세탁’이 부패의 자양분이 되었다고 입을 모았다. 무소속으로 당선된 후 거대 정당에 입당하거나, 당적을 이탈해 독자 노선을 걷는 행보가 반복되면서 정당의 견제와 감시 시스템이 전혀 작동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 “형제 시장부터 3선 시장까지... 부끄러움은 왜 우리 몫인가”
시민들의 인터뷰 중 가장 많이 등장한 단어는 ‘부끄러움’과 ‘전통’이라는 역설적인 표현이었다.
주부 이모(52) 씨는 “동해시는 시장이 감옥 가는 게 전통이냐는 소리를 다른 지역 친구들에게 들을 때마다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다”며 “형제(김인기·김학기 전 시장)가 나란히 뇌물로 구속된 것도 모자라, 행정 전문가라고 믿고 3선까지 밀어준 심규언 시장마저 뇌물 재판을 받는 걸 보며 ‘역시나’라는 생각에 자포자기하게 된다”고 토로했다.
특히 6개월간 구속되었다가 석방된 뒤 아무런 대시민 사과 없이 시정에 복귀한 심 시장에 대해 “시민의 자존심을 조금이라도 생각한다면 저렇게 뻔뻔하게 시장실에 앉아 있을 수는 없다”는 성토가 쏟아졌다.
■ 정당의 ‘참회’와 시민의 ‘각성’만이 답이다
현장에서 만난 시민들은 이제 정당의 ‘색깔’보다 후보의 ‘청결도’를 보겠다고 다짐하고 있었다. 한 청년 유권자는 “그동안 동해가 특정 정당의 텃밭으로 여겨지면서 경쟁 없는 공천이 이어졌고, 그것이 곧 권력의 사유화로 번졌다”며 “이번 지방선거에서는 정당의 깃발에 현혹되지 않고, 끝까지 도덕성을 검증할 것”이라고 말했다.
동해의 민심은 이미 차갑게 식어 있었다. 30년 부패 잔혹사를 끊어내기 위해서는 공천권을 쥔 정당들의 처절한 반성과 함께, ‘당만 보고 찍어준다’는 오명을 씻기 위한 시민들의 날카로운 선택이 절실한 시점이다. 동해시청 광장의 만국기는 펄럭이고 있지만, 그 아래를 지나는 시민들의 고개는 여전히 무겁게 숙여져 있다.
한국소통투데이 양호선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