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유철 기자수첩]기업의 사회공헌은 단순한 기부나 보여주기 행사로 끝나서는 안 된다. 지역과 함께 호흡하며 책임을 다하겠다는 기업의 의지이자, 공동체와 맺는 약속이어야 한다. 그러나 LS그룹을 바라보는 동해시의 시선은 점점 냉랭해지고 있다.
최근 LS그룹이 안성시에서 진행한 김장 나눔 행사는 분명 따뜻했다. 임직원이 직접 11톤의 김장을 담그고, 이불과 벌꿀까지 마련해 소외계층에 전달했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펼치는 여러 사회공헌 프로그램도 화려하고 풍성하다. ESG 경영을 앞세운 다양한 활동들은 기업의 이미지를 밝히는 데 충분하다.
하지만 문제는 그 따뜻함이 정작 핵심 생산기지가 있는 동해시로는 거의 퍼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더 심각한 것은 지역언론과의 기본적인 소통조차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LS전선 동해사업장의 공장장은 지역언론의 인터뷰 요청에 단 한 차례도 응하지 않으며, 지역의 질문에 기업은 침묵으로 대응하고 있다.
지역언론은 지역사회의 눈과 귀다. 지역언론을 외면하는 것은 곧 지역민을 외면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기업이 수십 년간 지역에서 활동하며 누려온 혜택은 적지 않다. 토지와 인프라, 인력, 행정적 지원 등 지역의 협력과 희생이 기업 성장의 토대가 되어 왔다. 그럼에도 기업이 지역의 목소리에는 귀를 닫은 채 소통을 ‘선택’이 아닌 ‘회피’로 여긴다면, 그 기업이 과연 그 지역에 발 딛고 있을 이유는 무엇인가.
수도권에서는 ‘이웃과 동행하는 따뜻한 기업’을 자처하면서, 동해시에서는 침묵과 무시로 CSR을 대신한다면 이는 이중적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진정한 사회공헌은 카메라 앞에서 김장을 담그는 행사가 아니라, 기업이 뿌리 내린 지역사회와 솔직하게 마주 앉아 대화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지금 필요한 것은 홍보용 미담이 아니라, 지역의 요청에 응답하는 최소한의 성의이다. 지역은 언제나 기업을 환영해 왔다. 이제는 기업이 그 호응에 답할 차례다. LS그룹이 동해시를 단순한 생산기지가 아닌 진정한 파트너로 대할 때, 비로소 ESG와 상생의 의미가 완성될 것이다.

